소변을 볼 수 없는 고통, 희귀 질환 ‘파울러 증후군’
2025-04-17
영국 바스에 사는 27세 여성 Anna Gray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일을 6년 동안 할 수 없었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 소변을 보는 일이었다.
그녀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 질환인 '파울러 증후군(Fowler's Syndrome)' 진단을 받았으며, 하루 다섯 번 자가도뇨를 통해 방광을 비워야 한다. 원인도, 치료법도 명확하지 않은 이 질환은 여전히 연구자들에게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파울러 증후군은 요도 괄약근, 즉 소변 배출을 조절하는 근육이 이완되지 않아 정상적으로 소변을 볼 수 없게 되는 질환이다. 주로 젊은 여성에서 발생하며, Anna Gray의 경우처럼 특별한 원인 없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수술이나 출산 이후에 발생하기도 한다.
Gray는 2018년 11월, 며칠간 소변을 보지 못해 심각한 신장 감염으로 입원하면서 증상을 처음 경험했다. 처음에는 일회성 사건으로 여겼지만 입원 후에도 소변을 보지 못하는 문제가 계속됐고, 결국 과도하게 부풀어 오른 방광에서 거의 2L에 달하는 소변을 빼내야 했다.
첫 입원 한 달 뒤, 추가 검사를 위해 다시 입원한 그녀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방광이 전혀 활동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의사는 자연적으로 소변을 보는 능력을 회복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그녀는 반복적인 감염에 시달렸고, 2020년에는 보다 영구적인 해결책으로 복부를 통해 방광에 직접 연결하는 '치골상 도뇨관(suprapubic catheter)'을 삽입하게 되었다. 이 장치는 복부를 통해 방광으로 직접 관을 삽입하여 소변이 외부 주머니로 배출되도록 하는 것으로, 하루에도 여러 번 이 주머니를 비워야 한다.
그녀는 뉴욕 포스트를 통해 SWNS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평생 안고 가야 할 질환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고, 작년에는 정신 건강 문제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조금씩 적응하고 있고, 이제는 소변 주머니도 익숙해졌다. 주머니가 보이게 반바지나 짧은 상의를 입기도 하고,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물어보면 그냥 괜찮다고 대답하기도 한다.”
그녀의 강인함에도 불구하고, Gray는 여전히 심각한 건강 문제에 직면해 있다. 2024년 1월에는 도뇨관이 삽입된 복부 부위에 패혈증이 발생하여 3주간 중환자실에 입원했으며, 이후 가까스로 퇴원할 수 있었다.
파울러 증후군은 희귀 질환이고 대중적 인식도 낮기 때문에, Gray는 처음에는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발견했고, 이는 그녀에게 큰 위로와 유대감을 주었다.
"처음에는 이런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 나 혼자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 놓이는 건 정말 고립되는 느낌이다. 이 질환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찾은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그녀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