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폭식 등 식사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폭식증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스트레스와 폭식의 연관성은 오직 심리적인 측면에서만 고려되었으나 최근 학자들에서 이것을 유전학 및 생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연구는 쥐 실험을 통해 고령 산모가 받는 스트레스가 뇌의 회로를 변화시켜 뱃속의 딸이 폭식증 같은 행동을 보일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청소년기에 특정 영양소들의 균형을 변화시킴으로써 폭식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폭식 장애(binge eating disorder)는 식습관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배가 부를 때에도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것을 반복되는 질환이다. 폭식 장애에 걸린 사람들은 종종 과체중 또는 비만이며, 폭식으로 인한 수치심이나 죄책감, 고통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경우 폭식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폭식증은 미국에서 가장 흔한 식사장애로 유병률은 약 2.8% 정도이다. 폭식증은 다른 식사장애와 마찬가지로 대개 청소년기나 젊은 성인에서 발병된다. 남녀 모두에서 발생되지만 남성보다 여성에서 2.5배 더 많이 나타난다.
최근 폭식증과 같은 식사장애가 유전적,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의 복잡한 양식으로부터 비롯된다는 보고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 예로 과학자들은 가족 내에서 특정 식사장애가 나타나는 원인을 알기 위해 유전자 변이를 관찰하거나 뇌 영상 연구를 통해 식사장애가 있는 여성의 뇌 활동 패턴이 정상적인 여성의 패턴과 다르다는 것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스라엘 바이츠만 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 및 독일 Munich의 Max Planck Institute of Psychiatry 소속 연구진의 이번 연구는
Cell Metabolism 에 게재되었다.
■ 산모의 스트레스가 딸에게 미치는 영향
여자 아이의 경우 폭식증의 증상은 종종 사춘기에 시작된다. 이전에 과학자들은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심리학을 연구했지만 최근 생물학으로 관심을 돌렸다. 이러한 연구에 따르면 폭식증은 다른 식사장애와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의 외상 및 산과적 합병증(obstetric complication)과 같은 인생 초기의 스트레스와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출산 전후의 스트레스가 태아에 영향을 미치며 다양한 정신질환 및 대사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영향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에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는 쥐 실험을 통해 임신기간의 스트레스와 암컷인 자손에서 폭식증의 연관성을 조사하였다. 이 연구의 수석저자이자 바이츠만 연구소 및 Max Planck Institute of Psychiatry에서 스트레스의 신경생리학 연구를 이끌고 있는 Alon Chen 교수는 생애 초기의 스트레스가 암컷인 자손에서 폭식증을 일으킬 가능성을 실제로 보여줄 수 있는 모델을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쥐 모델을 이용하여 출생 전의 스트레스가 암컷인 자손의 뇌 회로를 바꾼다는 것도 발견하였다. 뇌의 변화는 본질적으로 후성적(epigenetic)이며 따라서 이것은 유전자의 암호가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 marker (tag)를 통해 유전자의 작동이 변화되어 나타난다.
■ 쥐의 특정 스트레스 회로를 조작한 실험
연구진은 실험용 쥐를 조작하여 cortisol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방출하는 뇌 회로를 조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스트레스는 뇌의 여러 가지 프로세스와 관련되어 있는데 연구진은 사람에서 염증조절에 관여하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방출인자(CRF, corticotropin-releasing factor)와 관련된 특정 회로에 집중하고자 하였다. 이 회로는 식욕 억제 및 불안감과도 관련되어 있다.
사람의 행동은 동물에서 다양한 스트레스 회로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CRF 스트레스 회로만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이 회로가 유전적으로 촉발되도록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방법으로 임신 3기의 쥐들에서 CRF 스트레스 회로를 활성화시켰다.
어미쥐로부터 스트레스를 이어받은 암컷인 자손의 시상하부 조직을 검사했을 때 methyl tag의 형태인 후성적 marker를 포함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자손 쥐들에게 회당 2시간씩 주 3회만 먹이를 주는 방식으로 음식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였을 때 자손 쥐에서 폭식 장애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먹이를 주지 않은 대조군 쥐들에서는 폭식 장애가 나타나지 않았다.
■ Methyl이 풍부한 음식은 폭식증을 예방해
연구의 고찰부분에서, 이러한 쥐의 행태를 지방과 탄수화물이 풍부한 맛있는 음식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지만 이러한 음식을 “금기시”하며 매일 같이 다이어트를 하는 사춘기의 여학생과 비교하였다. 다시 말해, 후성적으로 폭식하는 경향이 있는 여자아이들이 스스로 다이어트를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통해 폭식증이 촉발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유전자에 붙여진 후성적 marker 중 methyl marker는 음식물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비타민 B 및 엽산과 같이 methyl이 풍부한 영양소로부터 유래된다.
쥐 실험의 마지막 과정으로 연구진은 methyl이 풍부한 음식들로 균형 잡힌 먹이를 주었을 때 사춘기에 해당하는 예민한 암컷 쥐에서 폭식증을 예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쥐에서 methyl이 풍부한 균형식이 효과가 있었다는 결과가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Chen 교수는 연구진이 발견한 해결책이 사람에게는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어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결과는 식사장애에서 뇌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임신 중인 여성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Chen 교수는 우리 모두가 이것을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이유로 그것을 무시한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인생 초기에 프로그래밍 된 뇌로 인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후에 지불하는 댓가는(그것이 정신질환이든 대사증후군 또는 심장질환이든 간에)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출처: MedicalNews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