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에서 사용하는 항생제는 대부분 토양-서식 박테리아에서 유래한다. 다제내성 슈퍼박테리아를 극복하는 데에 곤충-서식 박테리아로 만든 항생제가 토양-서식 박테리아 항생제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최근 Nature Communications 에 게재되었다.
미국 위스콘신-메디슨 대학 연구진은 곤충-서식 박테리아의 항균능력에 대한 대규모, 완성도 높은 연구를 시행하였다. 그 결과, 곰팡이와 공생하는 Cyphomyrmex 속 개미에서 유래한 cyphomycin이 다제내성 곰팡이에 우수한 항균효과를 나타냈다. 마우스 시험에서 확인한 결과 독성이 거의 없었다.
연구진은 새로운 항생제의 부재로 인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다제내성 슈퍼박테리아 위기’를 곤충-서식 박테리아를 이용해 극복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항생제 내성, 그 심각성에 대해
감염을 일으키는 박테리아, 진균을 비롯한 여러 항원에 더 이상 어떠한 항생제도 효과를 나타내지 않을 때, 항생제 내성이 발생했다고 말한다.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었을 때, 환자는 장기입원 및 더 빈번한 외래 관찰이 필요하게 된다. 또한 추가적인 약물사용으로 인해 치료 비용과 잠재적인 독성이 증가할 수 있다.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전세계적인 항생제 내성의 심각성을 담은 감시자료(surveillance data)를 발표했다. 약물 내성균이 감염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균이 되어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매년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는 미국인이 200만명에 이르며 이로 인해 23,000명 가량이 사망한다고 발표하였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새롭게 개발되는 항생제의 수와 그 유형이 항생제 내성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2017년 WHO 보고서에서도 경고한 바 있다. 국제기구에서는 임상시험단계에 있는 51개의 항생제가 “이미 사용중인 항생제 구조를 변경한 화합물”이며 이는 단기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토양만큼 곤충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수도 많아
오늘날 사용되는 대부분의 항생제는 약 4억년 전부터 진화를 시작한 Streptomyces에서 유래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Streptomyces는 토양과 곤충 등 서식지에 맞추어 적응하도록 진화하였다. 박테리아가 생성하는 물질의 화학적 조성은 종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유전학적으로 보았을 때, Streptomyces 한가지에서만 이미 사용중인 항생제와 유사한 물질 수십가지를 생성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박테리아는 많은 양의 ‘생합성 유전자 세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Streptomyces를 이용해 항생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토양-서식 Streptomyces를 이용한 항생제는 “이미 알려진 화합물을 재발견” 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대한 체계적 고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배경으로 곤충-서식 Streptomyces를 탐구하였다.
연구진은 개미, 벌, 파리, 딱정벌레, 나방, 나비 등 2,500종 이상의 곤충을 수집하였는데 이 중 3분의 1은 온대지역, 3분의 1은 열대지역, 나머지 3분의 1은 북극과 같은 한대지역에서 유래하였다. 연구진은 ‘Streptomyces는 토양에 풍부하다’는 일반적인 생각과 다르게 곤충에도 다량 서식한다고 말했다.
■곤충-서식 박테리아가 보다 더 강력해
연구진은 곤충-서식 박테리아 10,000종 이상, 토양 및 식물-서식 박테리아 7,000종을 조사하였고 50,000건 이상의 실험을 진행하였다. 연구진은 Streptomyces 각 균주가 MRSA (methicillin-resistant superbug Staphylococcus aureus)를 포함한 24가지의 균에 대한 정균작용을 나타내는지 확인하였다.
곤충-서식 Streptomyces는 토양 및 식물-서식 Streptomyces에 비해 감염성 박테리아 및 진균치료에 더욱 효과적이었다. 그 중 일부를 마우스에서 실험하였을 때, 박테리아 및 진균감염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였으며 이상반응도 적었다.
한편 Cyphomyrmex 속 개미에서 유래한 Streptomyces의 cyphomycin 구조를 분석한 연구진은 마우스 감염 Candida albicans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C. albicans는 면역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 흔히 나타나는 진균이다. Cyphomycin은 마우스 실험에서 독성이 거의 없었다.
■곤충을 이용한 후보물질 탐색
‘곤충을 이용해서 항생제를 개발한다’는 접근이 새로운 발상은 아니다. 곤충은 항원에 대응하는 능력을 돕는 박테리아와 함께 진화한다. 따라서, 이러한 박테리아를 이용해 항생제를 개발할 때에는 ‘상대적으로 독성이 낮으며 항생제 내성 항원에 효과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상임연구원으로 참여한 Cameron R. Currie 교수는 곤충이 연구진을 대신해 후보물질을 탐색하였다고 말하며 “곤충-서식 Streptomyces는 침체된 항생제 및 항진균제 개발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